이야기의 힘

 

인간의 마음은 이야기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이야기를 ‘심리적 특권’을 지닌 자료로 간주하고, 기억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다른 자료와 구별해서 대접한다. 수업을 이야기로 구성하는 방법은 학생들의 이해와 기억을 돕는 데 효과적이다.

수업에서 이야기 구조를 어떻게 활용할지 설명하기 전에 먼저 이야기 구조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야기에 관해 모두가 동의하는 형식은 없지만 대다수 연구에서 4C로 요약되는 4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 번째 C는 인과성(causality)으로 사건이 인과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제인을 보았다. 나는 집을 나섰다.”라고 하면 사건을 시간 순으로 나열했을 뿐이다. 하지만 “가망 없는 옛 연인 제인을 보았다. 나는 집을 나섰다.”라고 하면 두 사건이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C는 갈등(conflict)이다. 어떤 이야기는 주인공이 목표를 추구하지만 쉽게 도달하지 못한다. <스타워즈>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목표는 잃어버린 계획을 전달하고 ‘죽음의 별’을 파괴하도록 돕는 것이다.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장애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루크의 막강한 적수 다스 베이더가 없었다면 <스타워즈>는 아마 단편영화로 끝났을 것이다. 어떤 이야기에서든 주인공은 목표를 이루기까지 고난을 겪는다.

세 번째 C는 복잡성(complications)이다. 루크가 90분 내내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매진한다면 영화는 지루해진다. 복잡성이란 주요 목표에서 파생된 부수적인 문제들을 말한다. 루크는 계획을 전달하기 위해 고향 행성 타투인을 떠나야 하는데 그에게는 이동 수단이 없다. 이 문제를 계기로 루크는 또 다른 주인공 한 솔로를 만나 격렬한 총격전을 벌이면서 행성을 떠난다.

마지막 C는인물(character)이다. 좋은 이야기는 강렬하고 흥미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가며 인물의 핵심은 행동이다. 노련한 이야기꾼은 관객에게 인물을 설명하지 않고 직접 보여준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에서 레아 공주는 돌격대원들을 향해 총을 쏘면서 등장하는데, 이로써 그녀는 대범하고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설명이 필요 없어진다.

사람들과 소통할 때 이야기 형식을 빌리면 몇 가지 중요한 이점이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다. 듣는 이가 이야기 구조를 알기 때문에 이야기에 등장하는 행동을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인이 바로 드러나지 않으면 이전 행동을 돌이켜보고 현재 사건과 연결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재미있다. 독서 연구에서 피험자에게 여러 종류의 글을 나눠주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평가하게 하면 같은 정보를 담고 있어도 이야기가 설명문에 비해 늘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보가 너무 많아서 듣는 이에게 추론할 여지를 주지 않는 이야기는 재미없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기억하기 쉽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 난이도의 추론 문제를 끊임없이 만나기 때문에 그 의미를 줄곧 생각해야 한다. 의미를 생각하면 기억에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인과관계 구조도 이야기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줄거리의 한 부분을 기억하면 뒤에 일어나는 사건의 원인이 기억하는 내용에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대니얼.T.윌링햄, 부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