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부르는 노래

                                                                                                                                                                                        계양고등학교 안수정

 빙하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세계. 여느 펭귄들과 마찬가지로 펭귄 멤피스와 노마 진은 평범한 사랑을 하고 그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알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펭귄 사회의 금기를 깨뜨린 채 탄생한 그들의 아기 펭귄 멈블은 남들과 다른 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세상에 나온다. '귄님'이라 불리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환상과 권위를 바탕으로 하며, 자신만의 하트송을 가져야 하는 펭귄 사회 속에서 어린 펭귄 멈블은 속할 곳이 없다. 멈블은 상상 속에 빠져서 빙하 저편의 세계를 꿈꾸고 새로운 모험을 즐기며 성장한다.

하지만 멈블은 어리석은 대중들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는 작은 펭귄 사회의 영적 지도자 ‘러블리스’의 목에 걸린 부적을 외계인에게 유괴된 단서로 파악해 다른 세계와 존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결국 멈블은 물고기 기근의 원인을 알기 위해 바다로 가고 돌아올 기대를 버린 채 대양 너머 미지의 세계에 도달한다.

멈블이 도착한 곳은 펭귄 사회의 질서를 파괴했던 인간이 사는 세상이자 자신의 감옥이 될 동물원이다. 멈블은 왜 자신들의 물고기를 가져가는지 항의해 보지만 펭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과의 타협이 가능할 리 만무하다. 그러나 동물원 유리를 두드리는 한 아이의 리듬에 멈블은 자신의 주특기 탭댄스로 화답한다. 이는 인간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인간을 펭귄의 땅으로 인도한다. 멈블은 펭귄 사회에 인간과의 접촉이 자신의 춤을 통해 가능했음을 전하고 자신의 탭댄스를 알려준다. 멈블과 다른 펭귄들이 함께 추는 탭댄스는 견고했던 지배층에게도 전염되어 펭귄 전체가 한 판 화려한 집단가무를 인간에게 펼쳐보인다. 이는 인간에게 막강한 파급력을 지녀 마침내 펭귄 보호를 위해 어획금지가 결정된다. 멈블의 춤이 가져온 위대한 승리이다.

영화에는 남과 다른 것은 곧 잘못된 것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 속에서 보통 사람들과 다른 특성을 지니고 태어난 멈블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를 대변하는 듯하다.

멈블은 사랑하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하는 노래를 부를 수 없고, 공동체의 한복판에 무질서와 일탈을 가져오는 존재이며 물고기 기근 현상의 원인으로 인식되어 추방의 운명에 놓였다. 그러나 멈블이 지닌 ‘다름’은 곧 존재의 개성이자 자신만의 능력이었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력으로, 나아가 다른 사회를 감동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모두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하나의 집단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노래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이다. 펭귄 사회 속 노래는 집단 내부의 공통 언어였지만 춤은 다른 집단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였다. 멈블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지 못했지만 몸짓으로 발짓으로 상대를 움직였다. 멈블의 춤은 몸으로 부르는 노래였던 것이다. 이 영화는 입을 벌려 목청껏 부르는 노래만이 노래가 아니라 진실한 몸짓 또한 노래임을, 우리 주변에 나와 같은 방식으로 노래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똑같이 아름답고 때로 더 위대할 수 있음을 경쾌한 탭댄스의 리듬으로 알려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