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찾아서

 삶의 도처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믿음을 진실로 인정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영화『해피피트』의 펭귄 사회는 절대적 존재를 내세워 무리의 결속을 이끌어내고 권력을 유지하는 지도자와 그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지닌 어리석은 대중이 만들어낸 사회이다.

 이 영화에는 진실에 관한 두 개의 시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현재의 진실에 안주하는 측'의 시선이다. 멤피스는 절대로 알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펭귄 사회의 금기를 어긴 죄책감으로 자신의 아들 멈블이 일반 펭귄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에 크게 상심한다. 또한 전체의 믿음을 담보로 무리를 이끌고 그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 노아의 입장에서, 일반적인 펭귄들의 하트송이 아닌 특유의 춤을 내세우는 멈블은 제거의 대상이며, 그의 몸짓과 발짓 하나하나는 불경한 짓이 된다.

다른 하나는 '진실을 의심하는 측'의 시선이다. 멈블은 거짓을 진실로 위장하여 절대적 믿음과 복종을 요구하는 또 다른 펭귄 사회의 지도자 러브 레이스의 부적, 갈매기 발에 채워진 플라스틱 등을 단서로 자신이 속한 사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공격을 막아내고 집단의 위기로 떠오른 물고기 기근을 해결하겠다는 동기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요인이다.

사회를 관통하는 신념을 진실이라고 믿는 측과 의문을 던지며 문제를 제기하는 멈블은 소통이 되지 않는다. 서로가 믿는 것이 진실이라 여기기 때문의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결국 멈블의 결정은 자신의 믿음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대양 너머 인간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인간 세계에서 멈블은 자신의 사회가 믿고 있는 절대적 믿음이 허상이었음을 목도한다. 결국 멈블의 신념이 진실이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펭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멈블은 인간들에게 왜 자신들의 물고기를 가져가는지 항의해 보지만 펭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과의 타협이 가능할 리 만무하다. 동물원에 갇힌 멈블의 처량한 모습에서 진실은 그대로 묻혀지는 듯하다. 그러나 동물원 유리를 두드리는 한 아이의 리듬에 멈블은 자신의 주특기 탭댄스로 화답한다. 이는 인간의 마음을 흔들어놓았고 인간을 펭귄의 땅으로 인도하며 마침내 펭귄 보호를 위해 어획금지가 결정된다.

멈블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진실을 알아내고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진실을 찾아내어 자신의 사회로 돌아와 깨달음을 주고, 자신과 갈등 관계에 있던 존재들과도 화해를 이루어낸다. 멈블은 아버지 멤피스에게 왜곡된 진실을 알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들에게도 인간의 존재를 눈으로 보여줌으로써 그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이어서 인간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바탕 집단 가무를 펼쳐 보임으로써 진실 찾기의 성공을 자축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수놓는 펭귄들의 춤은 맹목적 신념에 의해 마비된 이성의 회복을 돕는 경쾌한 몸짓이다.

비틀린 신념을 바로잡고 진실에 다가가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더구나 자신의 믿음을 의심해 보는 것은 구성원으로부터의 소외와 그로 인한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그럼에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멈블의 수고는 영화 속에서 행복한 결말로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도 현실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우리 사회의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도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녀본다.

*면목이 없습니다. 너무 늦게 올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