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부천여고 문경아

 

언제부터인가, 슬픈 영화는 보지 않게 되었다. 세상에 슬픈 일들이 너무나 많기에 굳이 영화까지 보며 슬프고 싶지 않은 탓이다. 행복한 영화 속에서 잠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이다. 비록 그 이야기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빠져 나오는 즉시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해피 피트’라는 참 행복한 제목의 이 영화 역시 그러하다. 이 영화도 행복하지만은 않은 행복한 영화인 것이다.

아버지의 실수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태어난 주인공 멈블은 펭귄이라면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대신 탭댄스를 춘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게 된다. 자신의 집단을 떠나서 만난 다른 펭귄들은 멈블을 인정해 주고 도와준다. 하지만 멈블이 외부 세력과 함께 자신들을 위태롭게 한다고 생각한 지도자들은 물고기가 사라지는 재앙을 그의 탓으로 돌려 그를 추방한다. 멈블은 누명을 벗기 위해 친구들과 떠난 모험에서 거대한 원양어선이 물고기를 잡아가는 광경을 목격한다. 이를 막으려는 멈블은 홀로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동물원에 갇히게 되지만 그곳에서 탭댄스를 춰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고향에 돌아온 멈블은 다른 펭귄들을 설득해 자신을 따라온 인간들에게 탭댄스를 보여줌으로써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로써 인간 사회에 펭귄을 구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펭귄 마을에는 예전 같은 평화가 찾아온다.

비정상적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던 한 아이가 모험을 통해 성장하여 집단을 구하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사랑도 이루게 된다는 행복한 결말의 이 영화는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탄생과 비범성, 어린 시절의 고난과 조력자의 도움, 성인시절의 고난과 투쟁, 위대한 승리라는 영웅서사구조의 도식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면서 영웅의 탄생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상투적이지만 영웅 탄생을 위한 몇 가지 조건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영웅은 남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좋게 말하면 비범성이지만 달리 말하면 비정상이며, 고난의 원인이 된다. 둘째로는 어린 시절의 고난이다. 이것은 남다름에 대한 스스로의 긍정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부정하게 되는 경우 그의 남다름은 열등함으로 전락하고 그 앞에는 계속된 시련 혹은 평범함으로의 타협의 길이 기다린다. 멈블은 자신을 긍정하고 또 그를 지지해주는 친구들을 만남으로써 첫 번째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셋째로는 자신의 운명 앞에서의 결단과 용기다. 자신의 길이 앞에 놓여 있을 때 결연히 맞서는 용기를 멈블은 홀로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보여 주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멈블을 영웅답게 한 것은 그 결단의 동기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을을, 다른 펭귄들을 구해야 한다는 사랑, 계산되지 않은 그 순수함, 그 진정성이 바로 진정한 영웅의 조건이라고 하겠다.

현대사회의 수많은 위기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영웅의 탄생을 기다린다. 주변의 따돌림과 시련을 다 이기고 자신에 대한 긍정과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순수한 영혼에 용기마저 갖춘 진정한 영웅이 나타난다면 그를 따르겠다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영웅이 나타난다면 정말 그를 따를 수 있을까? 어쩌면 그를 욕하고 매도하고 흠집 내고 죽음의 절벽 앞으로 몰아댈지도 모른다. 영화 속 펭귄들처럼 쫓아낸 멈블을 따라 탭댄스를 추지도 않을 것이며, 영화 속 사람들처럼 평화의 메시지를 알아듣고 그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영화는 평화도 사랑도 행복도 현실과 달리 너무 쉽다. 그 점이 나는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