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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2차 감상글 5모둠 문경아
조회 14
회원이미지반디
2011-10-25 00:35:45
       

내 안에 잠든 멈블을 깨울 것

언제부터인가, 슬픈 영화는 보지 않게 되었다. 세상에 슬픈 일이 너무나 많기에 굳이 영화까지 보며 슬프고 싶지 않은 탓이다. 행복한 영화 속에서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이다. 비록 현실과 달리 너무도 쉬운 영화 속 행복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말이다. ‘해피 피트’라는 행복한 제목의 이 영화 역시 판타지라는 점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그저 눈감아 버릴 수만은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어딘가를 연신 콕콕 찔러대는 것이다.

물고기와 노래만 있으면 행복한 펭귄 마을. ‘마음속에 노래를 주시고 배 속에 고기를 주시는 귄님’을 찬양하며 길고도 추운 겨울밤을 펭귄들은 노래로 이겨낸다. 유난히 혹독했던 어느 겨울에 멤피스는 품던 알을 떨어뜨렸다. ‘절대로 품고 있는 알을 떨어뜨리지 말라.’는 모든 것들의 정점에 있는 금언을 어긴 그는 그해 겨울 가장 열렬히 노래한 펭귄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들 멈블은 남들보다 늦게 남들과는 다르게 태어났다.

도그마와 터부로 지배되는 사회. 금기를 어기고 태어난 그가 그 사회의 지배질서와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트송’이 없는 펭귄은 펭귄이 아닌 사회에서 노래 대신 춤을 가지고 태어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마음껏 춤추면서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멈블. 그의 마음속에 싹트고 자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소망은 낡은 세계를 바꾸어 낼 혁명의 씨앗이었을 것이다.

멈블의 춤이 그 사회에 받아들여져 지배질서를 위태롭게 할까 봐 두려운 지배세력들은 물고기가 줄어드는 위기를 그의 탓으로 돌려 그를 추방한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멈블에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물고기가 없어지는 원인을 찾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멈블은 외계인이라는 인간의 존재를 찾아내고, 춤으로 그들과의 소통에 성공함으로써 펭귄 마을을 위기에서 구했기 때문이다. 물고기도 돌아오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펭귄들의 새로운 세계는 다양성의 인정과 자유, 소통, 평등의 가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사회였다. 맹목적 신앙숭배와 권위적 지배질서에 의해 개인이 억압받는 전체주의 사회는 멈블의 발짓에 의해 깨진 것이다. 이렇게 멈블은 고난의 운명을 타고나 외로움을 벗하며 성장하고, 모험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였으며 혹독한 시련을 이기고 돌아와 낡은 질서를 깨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자를 영웅이라 부른다.

아직도 사람들은 영웅을 기다린다.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한 사람의 슈퍼 영웅이 아니라 수많은 멈블들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멈블을 멈블이게 한 것은 자신에 대한 긍정과 권위나 위협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 당당함, 그리고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한 때는 멈블이었던 순간이 있었음을 안다. 하지만 내 안의 멈블을 어찌했는가. 내가 사람들과 다를 때 그 다름을 부끄러워하며 남과 같아지려고 하는 순간에, ‘아니오’라고 하고 싶지만 남들 때문에 ‘네’라고 하는 순간에, 가야할 길이 험난하다는 이유로 돌아선 바로 그 순간에, 길의 끝에 서서 내가 막아야 할 것들을 위해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그런 순간에 멈블은 눈을 감았을 것이다. 그렇게 멈블은 오랜 시간 잠들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기억, 멈블을 외면했던 기억이 멈블을 깨우라고 나를 콕콕 찔러댔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할 것인가? 또 다시 눈을 감을 것인가, 아니면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멈블을 깨울 것인가?

 
 회원이미지반디  2011-10-25 00:39   답글    
수강 전 과제를 올리고 다른 선생님들의 글을 읽은 후 제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러자 제 글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경직된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쯤은 힘을 빼고 써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배움의 길은 여전히 멀고 실천은 참으로 고된 것 같습니다. 넘어지더라도 일어나 꾸준히 길을 가야겠지요.
 회원이미지최시한  2011-10-25 21:18   답글    
전보다 '숙제' 같은 면이 많이 줄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런데 필자의 태도에 어떤 균열이나 철저하지 못한 면이 엿보입니다. 처음 두 문장을 읽었을 때 독자는 필자가 어떤 상태에 처해 있으며, 이 글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할까요? 이 글의 마지막 두 단락은 과연 그와 아귀가 잘 맞는 내용일까요?
    2011-10-26 01:19   답글    
선생님 글을 읽으니 영화가 선생님 자신에게로 들어오는 것을 느껴집니다. 멈블. 왠지 이름에서 말 더듬이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음치라 멈블인가? 여하튼 멈블은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 이야기합니다. 영웅이지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할 때 영웅이 되겠지요. 남의 말이 아닌 자신의 말...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회원이미지반디  2011-10-29 00:28   답글    
글을 전부 고치고도 첫 문단을 다시 쓰기 힘들어서 거의 그대로 두었습니다. 결국 치열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게으름을 들키고 말았습니다. 첫문장만으로도 하루를 고민했습니다. 자칫하면 글 전부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하기도 했습니다. 참, 부분을 고친다는 것이 힘듭니다. 문장이 저 혼자서 튀어 나갑니다. 글 전체와 어우러지지 않으면 그 문장은 죽은 문장인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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