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갈망한 멈블
김원숙(한국마주이야기연구소,
강서여성인력개발센터 강사)
영화 ‘해피피트’는 태어날 때부터 낙오자였고 해피송을 부르고 짝짓기를 하는 것이 지상 최대과제인 펭귄 사회에서 한 소절의 노래도 못 부르는 음치 ‘멈블’ 얘기다. 멈블은 처음부터 왕따였다. 주변의 시선은 따가웠고 멈블은 소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었다. 멈블은 외롭고 답답했다. 사방이 꽉 막힌 상황을 바꿔보려고 자기만의 방법인 탭댄스로 소통을 시도하였다. 그런데 주류 사회의 지도자는 탭댄스에 대해 잘 몰랐고 오히려 탭댄스 때문에 펭귄 신이 노해서 물고기를 주지 않는다며 멈블을 집단 밖으로 쫓아낸다.
추방을 당했다는 것은 소통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런데 단절됨이 오히려 멈블에게는 새로운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멈블은 다른 종족과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펭귄의 먹이인 물고기가 줄어드는 까닭이 외계인(인간)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외계인을 찾아간다. 외계인(인간)을 찾아 떠난 멈블은 갖은 고초를 겪게 되고 그 외계인에게 잡혀서 수족관에 갇히게 된다. 소통을 하려고 갔는데 오히려 갇혀버린 것이다.
인간이나 펭귄이나 소통할 수 없는 것은 한 가지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는 수족관에 갇힌 펭귄일 뿐이었다. 멈블은 차츰 던져주는 고기를 받아먹는 것에 길들여가기 시작한다. 소통은 안 되지만 배고프지 않았으니까 그 생활에 안주해버리고 말았다.
어느날 멈블은 내면으로부터의 우러나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수족관 생활이 자기가 꿈꿔온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멈블은 수족관을 떠나 자기 종족이 있는 남극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멈블은 다시 힘을 내어 소통을 시도했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멈블은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탭댄스로 인간과 소통을 하려고 했다. 수많은 노력 끝에 멈블의 간절함은 드디어 소녀에게 전달되었다. 사람들이 몰려왔고 탭댄스로 사람과 소통하게 된 멈블은 다시 펭귄 사회로 돌아온다. 탭댄스가 진정한 소통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탭댄스 때문에 멈블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것도 자기 무리의 미래를 보장하는 큰 선물을 안고......
이 영화는 우리에게 소통 부재가 얼마나 삶을 황폐화시키는 지 잘 보여준다. 인간이 마구잡이로 물고기를 잡아들이고 또 포경선, 굴삭기, 비닐조각으로 상징된 인공물을 함부로 버린 것은 인간과 자연의 소통부재 때문이다. 러브레이스가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을 신의 계시이라고 속여도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도 소퉁부재 탓이다.
그런데 소통을 하려면 상대방이 어떤 마음일까 짐작하고 느껴보고 이해햐려는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인간이나 펭귄이나 모두 자기중심적이라 자기와 닮지 않으면 경계를 하고 자기와 다르면 그 상대가 무엇이든 두려워 한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말하기보다 들어주기가 우선돼야 한다. 듣기는 상대방에 대해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어린 소녀가 들어주기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영혼이 맑고 남에게 관심을 가질 줄 아는 소녀가 구원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