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울 것 없는 펭귄 영웅담.

김 성 화

‘하트송’으로 구애를 하는 펭귄 집단에 노래는 못하고 탭댄스에는 천부적 재능을 지닌 멈블이 태어난다. 그는 종족들의 따돌림과 ‘재앙을 불러오는 자’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재앙의 근원인 외계인(인간)을 찾아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인간 세상에 들어선 멈블은 탭댄스로 인간들과 소통하고, 물고기 기근에 시달리는 펭귄들의 처지를 알게 된 인간들은 남극에서의 어업 금지를 결의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애니는 한 마디로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차려놓았으나 실제 먹을 것은 없는 뷔페 식당이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 귀엽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펭귄을 내세워 ‘기이한 출생 → 고난에 처함 → 조력자를 만남 → 고난을 극복함 → 영웅이 됨’이라는 전형적인 영웅서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의지가 굳세고 이타심이 강하며 남다른 실행력을 갖춘 주인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설정 도하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또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버무려서 성장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많은 주제들을 다 포함하지만 대충 건드리다만 느낌이며 진지한 성찰이 결여되어 있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것,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친구를 만나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공동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하는 것, 외부 세계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 등 인간의 훌륭한 덕성을 적당하게 버무려 놓았다.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진지한 성찰은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남극의 펭귄이 처한 가장 큰 문제가 인간들이 남극에서 생선을 대량으로 포획하는 것이라는 설정은 안일한 문제의식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인간들이 시혜적인 입장에서 남극에서 어업을 중지하기로 결정하는 조치가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것 역시 손쉬운 해결방안이다.

그러나 언어가 다른 인간과 펭귄 사이에는 춤(몸짓 언어)이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이 된다는 설정은 재치있고 그 몸짓언어를 탭댄스로 했다는 것도 펭귄의 몸 구조로 볼 때 적절한 선택인 것 같다. 극에 사용된 팝송은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하고 실제 탭 댄서들의 움직임을 캡쳐한 펭귄들의 춤사위는 발바닥을 근질근질하게 한다. 지나치게 인간의 기준에 맞춘 섹시한 암컷의 춤사위는 눈에 거슬리지만.

뮤지컬 영화로서 음악과 춤은 멋진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