탭댄스로 남극을, 지구를 구하라!
해피피트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유명한 팝송과 현란한 춤솜씨로 시선을 끌어 적당하게 환경문제를 버무려 넣어 남극 보호를 주장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생각했는데, 수직적인 질서를 보여주는 영화 속 장면 구도와 멀리 보이는 언덕 위에 높이 솟은 교회당으로 드러나는 숨은 힌트를 해석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해피피트를 다시 보았다.
물고기를 가져다 주는 신의 말씀을 전하는 지도자 노아의 지휘로 일사불란한, 황제 펭귄 왕국에서 태어난 음치 멈블은 노래를 못하는 펭귄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집단에서 무시당하고 소외당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발재간 하나로 특별한 멈블이 온갖 역경을 뚫고 펭귄뿐만 아니라 남극과 지구를 구하는 전령이 된다는 설정이 참 단순하고 순진하다.
물고기가 줄어 위협받는 펭귄 집단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물고기 신이 펭귄들을 위해 먹이를 갖다 줄 것이라 믿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남들이 다 가지는 노래하는 능력을 갖지 못해 덜떨어진 펭귄으로 취급받던 이단아 멈블은 끝까지 자신의 재능을 키우고 현란한 춤꾼이 된다.
체제 질서에 순응하라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집단의 지도자 노아의 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단을 통제하는 지배이데올로기를 거부하며, 또 사랑을 고백하는 글로리아까지 외면한 채, 자신만이 가진 특별한 춤실력으로 고난을 헤치고 드디어 물고기씨를 말리는 외계인(인간)과 소통하여 함께 춤추며 세상을 구한다!
서양식 영웅이야기의 전범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그냥 즐거워하는 것으로 말기엔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헬리콥터를 타고 멈블을 따라 남극으로 와 펭귄의 발장단에 맞춰 같이 춤추는 인간들이 남극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물고기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서둘러 막을 내리는 것은 참 단순하고 식상해 보인다.
사실 사람들마다 뭐든 한가지 재능이 있겠지만, 그 재능이라는 것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사람도 많지 않은가? 물론 멈블처럼 죽자사자 한가지만 계발을 한다면 어떻게 될 진 모르지만 그렇게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 남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이 우리 삶을 참 팍팍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은 대부분 그만그만한 재능에 그럭저럭 인생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대다수의 민초들이 재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아도 원칙을 지켜가며 서로 소통하고 나누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영웅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 속 멈블처럼 특별히 뛰어난 능력이 없어도 못난놈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서로 기대서 하나가 되는 삶이 나에겐 더 특별해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실현 가능한 소통과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